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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야기가 있는 걷기 : 반월호숫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6.22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과거 26년 전만 해도 경기도 서남부지역에 반월(半月)이라는 제법 큰 고을이 있었다. 독립된 지방행정단위는 아니고 경기도 수원군, 1950년대 이후엔 화성군에 속했던 면이었다.

반월이라는 지명은 각각 지금의 안산시 팔곡동과 본오동에 있던 ‘큰 반월’과 ‘작은 반월'이라는 두 마을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예전 이 일대의 진산인 수리산(修理山) 정상에서 내려다 본 마을의 모양이 마치 반달과 같다고 하여, 반월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반달의 이미지가 상징하는 것처럼, 점차 이웃 고을들이 반월면의 땅을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했다.

1983년 2월 일부 지역이 당시 시흥군 의왕면(현 의왕시)에 편입됐고, 1986년 1월에는 반월면의 상당 부분이 지금의 안산시로 독립했다.

마침내 1994년 12월 26일 반월면의 남은 땅이 각각 안산시와 군포시, 수원시로 다 분할되면서, 반월면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당시는 안산시 반월동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 마저도 없어졌다.

반달이 그믐달을 거쳐 완전히 암흑(暗黑)의 하늘이 되고 만 셈이다.

그 반월의 이름이 아직 남아있는 곳은 몇 군데 있다. 우선 화성시 반월동이 있는데, 사실은 옛 반월면과 아무 관계가 없다. 반대방향인 용인시 기흥구와 붙어있는 곳이다.

반월면의 정통성을 계승한 곳은 지하철 4호선 ‘반월역’이다. 바로 옛 안산시 반월동사무소가 있던 건건동에 위치해 있다.

또 반월호수와 반월천이 있다. 옛 반월면 땅을 흐르는 물길과 이를 활용한 저수지다.

반월저수지로도 불리는 반월호수(半月湖水)는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57년 조성한 저수지로, 대야동의 맨 안쪽 부분에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다. 경기도 군포시 둔대동의 자연마을인 집예골.셈골.지방바위골에서 남동방향으로 흐르는 물이 유입된다.

유역면적은 12㎢, 수혜면적은 3.63㎢, 총저수량은 118만 6,800㎥이며 휠댐 형식으로 건설된 댐의 높이는 11.4m, 길이는 352m이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낮은 산등성이가 듬직한 물그림자를 만들어 주고, 저녁 어스름 무렵이면 물가에 바짝 다가앉은 카페의 넓은 통유리 너머로 주홍빛 저녁노을의 황홀한 풍광에 취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군포8경’ 중 제4경이 바로 ‘반월낙조(半月落照)’다.

호숫가에 3.4km의 둘레길 산책로가 있어 인근의 수리산, 갈치저수지와 더불어 군포시민의 휴식처로 이름난 곳으로, 주변에 카페와 음식점들이 많다.

그리고 반월천(半月川)은 수리산 품 안에 안긴 골짜기인 군포시 속달동에서 발원, 반월호수와 팔곡동 및 본오동을 거쳐, 화성시 매송면 야목리에서 서해바다로 흘러드는 지방하천이다.

지류로는 죽암천, 건건천, 송라천이 있으며 총 연장 10.63km, 유역면적은 40.9㎢다.

지하철 4호선 대야미역에서 죽암천을 따라가면 나오는 반월호수를 한 바퀴 돌고, 반월천을 따라 수리산 임도까지 올라가는 코스를 걸어본다.

대야미(大夜味) 역이름의 유래도 재미있다.

주변은 산간지역으로 논밭이 협소하나, 이 곳엔 1정보 크기의 논이 있어 큰 논배미(논두렁으로 둘러싸인 논 하나하나의 구역), 한배미라는 뜻으로 대야미, 대야미리로 불렸다는 것이다.

대야미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오면, ‘반월호수길’ 안내판이 보인다. 그 앞 큰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간다.

곧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갑자기 없던 물이 인공 돌 벽에 쏟아지는 모습이, 서울 청계광장(淸溪廣場)의 청계천 시작지점과 흡사하다. 반월천 지류 죽암천이 시작되는 곳이다.

‘죽암천 누리길’ 안내판이 반갑다.

둔대초등학교 앞을 지나 갈치저수지 가는 길이 갈라지는 3거리에서 죽암천 제방길이 시작된다. 삶의 여유와 편안함이 느껴지는 자연과 어우러진 흙길과 보행 데크, 쉼터 공간, 목교(木橋) 등이 설치돼 있다.

특히 5월초에는 양쪽으로 산철쭉들이 길게 늘어서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제방길을 조금 걸으니 쉼터가 보이고, 곧 죽암천 생태습지(生態濕地)다. 양쪽을 건너다닐 수 있는 나무다리가 놓여있다. 죽암천 위로 영동고속도로가 지난다. 누리길은 굴다리로 고속도로 밑을 통과하게 돼 있다.

굴다리를 지나니, 오른쪽에 ‘군포대야 물말끔터’가 보인다.

군포대야 물말끔터는 군포시의 생활하수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곳이다. 지난 2010년 완공된 이 곳에선 하루 5000톤의 하수를 처리할 수 있다.

1층에는 군포8경 갤러리와 수족관(水族館)이 있고, 2층은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과 관람을 할 수 있는 ‘물누리체험관’이다. 하수도 물이 정화돼 호수로 흘러가는 과정이 알기 쉽게 설명돼 있고, 수족관은 정수된 물로 채워져 있다. 3층은 ‘책 읽는 군포’ 답게 ‘미니문고’ 14호점이다.

여기부턴 본격적인 습지다. 아직 호수는 아니고, 죽암천과 정화된 물이 호수로 흘러드는 배수지(配水池)다. 길게 데크길이 이어지고, 양쪽을 건너다닐 수 있는 제방길과 데크도 보인다.

그 너머에 반월호수가 드넓게 펼쳐져있다.

데크를 따라 호숫가를 걷는다. 왼쪽 퇴마산 무성한 숲에 핀 봄꽃들이 물빛에 비춰 흔들린다.

머지않아 반대쪽 끝 제방이 나온다. 건너편으로 길게 이어진 댐 밑에는 레미콘 공장이 있고, 호수 반대쪽으로 수리산 제2봉인 슬기봉 정상의 레이더기지가 아스라하다.

둑길 끝 배수 갑문(閘門)을 지나, 반대쪽 데크길로 간다.

곧 전망 데크가 보인다. 별로 높지는 않다. 그 위 도로변엔 매점도 있다. 도로변을 따라가면, 왼쪽에 유명한 카페들이 있다.

호숫가에 반월호수공원(半月湖水公園)이 있다. 호수 둘레길의 하이라이트다.

공원은 예쁜 꽃들과 조형물로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다. 호수 변 ‘포토 존’에 이어 나타나는 빨간 풍차(風車)가 이곳의 상징이다. 풍차 앞에는 빨간 우체통도 앙증맞게 서 있다.

그 옆 반월호수 표석도 빼놓을 수 없다. ‘군포수릿길’ 말뚝에 붙은 나무판에는 이곳 풍경을 노래한 시들로 빼곡하다.

호수 끝 영동고속도로 교각(橋脚) 밑으로, 또 다른 하천길이 숲 속으로 뻗어 있다. 이게 바로 반월천이다. 속달동에서 흘러내려온 물길이다.

왼쪽으로 카페와 음식점을 끼고, 데크길을 계속 걷는다. 여기는 ‘쌈지’ 공원이다.

이곳은 연인과 친구들의 사진 배경이 돼 주는, 가슴 따뜻한 글귀들이 난간에 붙어 있어 눈길을 끈다. ‘그래 우리 함께’ ‘토닥토닥’ 등, 함께 글귀들을 읽다보면 절로 사랑이 싹틀 것 같다.

다시 군포대야 물말끔터다. 죽암천 누리길을 따라 왔던 길을 되짚어 대야미역으로 돌아오면 된다. 도로변 패랭이 꽃밭이 특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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